오늘은 젠지세대 트렌드인 “MBTI 재유행”을 주제로 이야기 해 보아요.
– 심리 테스트를 넘어 문화가 된 MBTI
한때 유행처럼 지나갔던 MBTI가 다시 돌아왔습니다. 아니, 어쩌면 이전보다 훨씬 더 거대한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예요. MBTI를 모르면 대화에 끼지 못할 만큼, 우리는 지금 성격유형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특히 Z세대는 MBTI를 단순한 성격 테스트가 아닌, 콘텐츠와 관계 맺기의 도구로 적극 활용하고 있어요.
오늘은 다시 돌아온 MBTI 열풍의 배경과 그 안에 숨겨진 Z세대의 심리,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는지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1. MBTI는 무엇이고, 왜 다시 유행하는가? –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탐색
MBTI는 마이어스(Myers)와 브릭스(Briggs) 모녀가 개발한 성격유형 이론으로, 인간의 성격을 총 16가지 유형으로 분류합니다. 외향(E)/내향(I), 감각(S)/직관(N), 사고(T)/감정(F), 판단(J)/인식(P)의 네 가지 척도를 기반으로 하죠.
사실 MBTI는 과거에도 인기를 끌었던 테스트입니다. 그런데 왜 지금, 다시 Z세대의 열광을 받고 있을까요?
● 자기 이해에 대한 갈망
Z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나’를 더 깊이 이해하고 싶어 하는 세대입니다. 다양한 가치관과 빠른 정보 흐름 속에서 자기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는 경우가 많죠. 이럴 때 MBTI는 자기 자신을 정리하고 설명할 수 있는 언어를 제공합니다.
“나는 INFP니까 예민한 게 당연해.”
“ESTJ들은 역시 계획형이야!”
이처럼 MBTI는 자기 합리화나 설명의 도구로도 쓰이며, 자기 인식의 프레임이 되어 줍니다.
● 쉽고 재미있다
복잡한 심리 이론이 아닌, 한 번의 테스트로 결과가 딱 정리되는 직관적인 포맷도 Z세대의 취향을 저격했어요. 빠르고 간결한 콘텐츠에 익숙한 세대에게 MBTI는 이해하기 쉽고, 공유하기 좋은 심리 콘텐츠인 셈이죠.
● ‘콘텐츠화’하기 좋은 구조
MBTI는 단순히 성격 유형을 넘어서 다양한 콘텐츠로 확장됩니다. ‘MBTI별 연애 스타일’, ‘MBTI로 보는 직장생활’, ‘T와 F의 극과 극 대화법’ 등.
카드뉴스, 릴스 영상, 밈, 유튜브 시리즈 등 다양한 포맷으로 재생산되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확산됐습니다.
2. Z세대는 MBTI를 어떻게 활용하는가 – 관계, 콘텐츠, 정체성의 키워드
MBTI는 단순한 결과를 넘어서, Z세대의 생활 전반에 깊이 스며들고 있습니다. 특히 사람과의 관계 맺기, 콘텐츠 소비, 자기 표현 방식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 관계의 시작은 “너 MBTI 뭐야?”
소개팅, 새 친구를 만날 때, 심지어 팀 프로젝트에서도 “MBTI 뭐야?”는 빠지지 않는 질문입니다. 그만큼 MBTI는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첫 단서가 되고 있어요.
“아~ 너 T구나. 그래서 그렇게 말하는구나.”
“INFP라서 힘들었겠다.”
이런 대화는 단순한 유형 분류를 넘어 공감과 배려, 혹은 장난과 농담의 소통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죠.
● 콘텐츠 소비에 MBTI 코드 활용
유튜브에는 MBTI 시리즈 콘텐츠가 넘쳐납니다. ‘ESTP 친구와 여행 가면 생기는 일’, ‘INFP의 속마음 더빙’, ‘F와 T의 싸움 차이’처럼 특정 유형의 특징을 에피소드 형식으로 보여주는 콘텐츠는 Z세대의 폭발적 공감을 이끌어냅니다.
이런 콘텐츠는 유형에 따라 감정 이입 포인트가 다르고, 자기 유형을 찾아보는 재미도 크기 때문에 반복 소비율도 높아요.
● 자기 표현과 정체성의 한 방식
Z세대는 MBTI를 마치 ‘캐릭터 설정’처럼 사용하기도 합니다. 프로필에 MBTI를 적거나, 인스타 스토리 하이라이트에 ‘MBTI 유형별 성격’을 저장해두는 식이죠.
이런 행동은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고 표현하는 도구이자, 나와 비슷한 사람을 찾기 위한 신호가 되기도 해요.
3. MBTI의 문화적 확장 – 지나친 일반화와 유쾌한 놀이 사이
MBTI가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사회 전반에서도 상업적, 사회적 활용이 활발해지고 있어요. 하지만 동시에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도 존재합니다.
● 브랜드와 MBTI의 만남
많은 브랜드가 MBTI를 마케팅 포인트로 삼고 있어요.
- 커피 브랜드가 ‘MBTI별 커피 취향 테스트’를 만들고,
- 화장품 브랜드는 ‘MBTI별 립컬러 추천’을 출시하기도 하죠.
이는 Z세대의 퍼스널라이즈드 소비 욕구를 자극하며 자연스럽게 브랜드 친밀도를 높이는 전략이에요.
● 지나친 유형화의 한계
반면 MBTI에 대한 과잉 일반화와 유형 고정은 문제로 지적되기도 합니다.
“걔 T라서 감정 이해 못해.”
“F는 비즈니스 못 해.”
이런 말처럼 MBTI가 사람을 판단하는 도구로 쓰일 때, 편견과 선입견이 생기기 쉽죠. Z세대 스스로도 이 부분에 대한 자각이 점점 커지고 있고, ‘MBTI에 너무 의존하지 말자’는 인식도 함께 퍼지고 있습니다.
● 놀이 문화로의 정착
결국 Z세대에게 MBTI는 하나의 놀이 문화로 자리 잡고 있어요.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기보다는, ‘공감의 언어’로, ‘친밀감의 장치’로 유쾌하게 즐기는 것이죠. 진짜 나를 정의하려는 시도보다는,
‘나는 이런 면도 있고 저런 면도 있어’라는 유연한 태도로 MBTI를 받아들이는 것이 요즘 방식입니다.
마무리 – Z세대가 MBTI를 사랑하는 이유
MBTI는 단순한 테스트를 넘어, Z세대가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타인을 바라보며, 새로운 방식으로 관계를 맺는 도구로 진화하고 있어요.
그 중심에는 정체성에 대한 갈증, 나와 비슷한 존재를 찾고 싶은 욕구, 그리고 유쾌한 놀이 문화가 있습니다.
물론, MBTI가 모든 걸 설명해주진 않겠지만,
그걸 함께 이야기하고 웃으며 알아가는 과정 자체가
어쩌면 지금 시대의 ‘진짜 관계 맺기’ 아닐까요?